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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에 오랜만에 DVD 대여점에 들렀다.
만화책이나 몇권 빌려 볼까 하고 들렀지만, 막상 만화책을 고르다보니 보고 싶은 만화책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 한참을 고르던터라 그냥 나오기도 미안하여, DVD 코너를 살펴보던 중 대충 아무거나 하나 집어서 빌려 왔다.

그다지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를 평가하자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안방마님이신 나문희 여사가 영화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코메디 영화가 다 그렇든 적당히 과장되어 있고, 시종일관 웃기는 컨셉이며, 대충은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는 영화다. 그렇다고 재미 없지는 않다. 나는 재밌게 봤다.

우리나라 영화 감독들의 심리적 압박감 중 하나인 감동. 액션 영화에도 감동이 들어가야 하고, 코메리 영화에도 감동이 들어가야 하며, 눈물 질질 짜는 신파극에는 더 많은 감동이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좋은 영화 다 망친 영화 두루 봤지만,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감동이 고기에 양념이 배어들듯 적당히 잘 버무려 있다.

이 영화가 극장가에서 내린지 오래 되었고, DVD 로 대여 되고 있는 만큼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우리나의 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영화의 주제 역시 '효' 이다. 늙은 부모에 대하여 자식들은 얼마나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항상 나오는 말이, 옛날에는 부모님과 늙은 어르신들을 잘 공경하였는데, 요즘은 안그렇다는 것. 맞는 말이다. 근데, 그것이 꼭 현 세대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본다. 옛날에는 어르신들을 잘 공경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희박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주요 사상이 유교사상이었고, 유교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도임금에 대한 충성이었으며, 밤낮없이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책을 읽었으며, 동네 개똥이가 부모에게 불효를 하면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뿌락지를 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때가 지금보다 더 효심이 지극했을까?

물론 교육과 사상에 대한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고 본다.

옛날 부모님에 대하여 효를 다할 수 밖에 없었던 주요 이유는 주요 권력이 부모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집안의 우두머리는 아버지였으며, 집안의 대소사, 노비들에 대한 통솔권, 부동산의 각종 문서 등의 주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방마님이신 어머니는 곷간 열쇠를 가지고 있어 집안의 재정적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애들도 얼마나 많나. 최소 5명 이상을 줄줄이 비엔나 꿰듯이 나았으니, 부모님이 나중에 돌아가셨을 때 재산을 누구한테 얼마나 물려 줄 것인가를 두고 이 형제들은 경쟁을 하게 되었으며,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자식 없다고 하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덜 깨물고 싶은 자식이 있고, 더 깨물어주고 싶은 자식이 있기 마련이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부모님 마음에 들어야 재산을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얘네들은 항상 경쟁 체제였을 것이다. (물론 장자 우선권이 있어, 장자가 큰 잘못을 하지 않으면 장자우선권으로 인하여 가장 큰 재산은 장자에게 넘어가겠지만)

하지만, 현대는 어떤가. 당장 우리 부모님만 봐도 내가 부모님에게 물려 받을 재산보다 내가 벌어 들이는 재산이 더 많다. (물론 지금 당장 더 많은 것은 아니지만, 10년만 벌어도 부모님이 가지신 재산보다 훨씬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런데, 옛날만큼 부모님에게 효를 다하겠는가?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것도 감나무에 감이 달려 있기 때문이고, 저녁이 되어서 집구석에 기어 들어오는 것도 집에 오면 먹을 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돈이 없는 자식들이 권순분 여사의 국밥집에서 투덜거리며 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얘네들이 몇십억의 돈이 있었으면, 굳이 여기서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 만약 수백억의 돈이 자기 명의가 아니고 어머니 명의로 되어 있었으면, 어머니가 납치 되었다는 전화(비록 그것이 장난일지라도)를 받았을 때 그렇게 무관심하게 대했을까...

지금, 현대에도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는 부류가 두가지 존재한다고 본다.
첫째는 교육이 잘되었는지, 심성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바라는 것 없이 효도를 하는 착한 사람들이고, 둘째는 재벌이나 그에 버금가는 재산을 가진 집안의 자식들이 아닐까...

그러면... 우리가 나중에 늙어서 자식들에게 무관심 받지 않고, 효도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답이 나온다. 일단 돈부터 벌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을 미리 물려주지 말고 끝까지 내가 움켜 쥐고 있어야 한다는 비정한 현실이다. 아니면 자식 농사 잘 짓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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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2 13:45 2008/01/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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